가해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싶었다 홀로코스트 영화의 극치 <존 오브 인터레스트>

존 오브 인터레스트 포스터홀로코스트 영화의 극치에 이른 영화”존·오브·이자”이 6월 5일 한국을 찾는다.원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를 둘러싼 40㎢지역을 가리키는 명칭이기도 하다<존·오브·이자>는 아우슈비츠에 그들만의 왕국을 만든 페스 가족의 일상을 담담하게 묘사한다.마틴·에이 실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하고 홀로코스트의 가해자에 초점을 맞춘 소설의 견해를 이어받아 기존의 홀로코스트 영화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전개된다.조나단·글레이저 감독은 프로듀서 제임스·윌슨과 함께 무려 10년의 시간을 갖고 작품을 만들어 냈다.그는 스태프들과 함께 3년 아우슈비츠·비르케 나우 박물관에 있는 다양한 사료를 샅샅이 뒤져피해자와 생존자의 증언이 담긴 “블랙 북”을 모두 조사할 영화의 토대가 되는 자료를 최대한 많이 확보했다.그렇게 10년 제작 과정을 거친<존·오브·이익>은 제76회 칸 국제 영화제 심사 위원 대상을 비롯한 4관왕, 96회 아카데미 국제 장편 영화 상과 음향상 등을 수상했으며 전 세계 영화제를 석권했다.또 지난해”더·가디언”을 포함한 해외 유력 언론사 4곳에서 올해의 영화에 선정되며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홀로코스트 재현의 시각을 바꾼 영화”존·오브·이자”검토와 함께 조나단·글레이저 감독의 말을 전한다.존 오브 인터레스트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 출연 산드라 휠러, 크리스티안 프리에델 개봉 2024.06.05.존 오브 인터레스트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 출연 산드라 휠러, 크리스티안 프리에델 개봉 2024.06.05.존 오브 인터레스트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 출연 산드라 휠러, 크리스티안 프리에델 개봉 2024.06.05.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컷 독일 장교 루돌프 호스(크리스티안 프리에델)의 가족은 아우슈비츠 왕국 안에 산다. 호즈 부부는 꽃이 만발한 정원과 그들의 다섯 아이가 놀 수 있는 수영장까지 갖춘 그들만의 저택 안에서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며 살아간다. 햇살이 내리쬐는 강변에 가서 물놀이를 하고 마당에 자란 꽃 이름을 아이들에게 알리면서. 그러나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담 밖에서는 자꾸만 그들의 평화를 깨뜨리는 소리가 들려온다.주인공들을 악마화하기보다는 보통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컷호즈 가문의 가장 루돌프 호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관리하는 총지휘관이다. 루돌프는 직장에서 인정받는 멤버이자 가정에서는 자상한 아버지 역할을 한다. 그는 아내 헤트비히 호스(산드라 휠러)와 함께 아우슈비츠에서 그들만의 왕국을 만든다. 그곳에서 루돌프는 아이들과 괴물 놀이를 하고 아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한없이 다정한 가장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그는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는 중에도 종종 먼 곳을 바라보며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다. 호즈 가문 중 유일하게 담장 안팎을 넘나드는 인물인 루돌프는 참혹한 현실과 이상적인 가정의 경계 위에서 혼돈에 빠져 서서히 현실에 잠식돼 간다. 그의 아름다운 저택을 둘러싼 높은 벽은 그를 지켜내지 못하고 현실의 잔혹함에 압도된다.<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컷아내의 헤토우이히·포즈는 왕국 내의 모든 것을 직접 만든.담에 따라서 포도 나무를 많이 심어 놓고 마당에 형형색색의 꽃들을 심어서 가꾸다.온실과 가제보, 수영장까지 저택 안의 모든 것은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것이 없다.그러나 그녀의 근면함은 오로지 자신과 가족의 안위 때문에 사용된다.헤토우이히는 울타리 밖에 아름다운 것을 숨긴다.그녀에게 담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 방어막 같고 담 너머의 보이지 않는 현실 정도는 무시하면 된다.남편에서 전출 소식을 들을 때도 그녀는 분노하고 자기 왕국을 떠나려 들지 않는다.한편 헤토우이히는 남편이 밖에서 칭찬을 자신이 “아우슈비츠의 여왕”으로 불리는 데 만족하고 자랑하는 세속적인 면도 가진다.<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컷헤스 부부의 역할을 하며 남편의 전출 소식에 허둥대는 모습은 보통의 평범한 가정과 같다.10년간 감독과 함께 영화를 준비한 프로듀서 제임스·윌슨은 “가해자인 그들을 우리 같은 보통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밝혔다.그는 “가해자들에 초점을 맞춘 원작 소설을 통해서 그들의 견해를 알게 됐다.영화로 할 때 주인공들을 신비화하거나 악마화하기보다는 그들도 보통 인간이라는 점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우리는 흥미로운 불편한 질문에 문을 열고 싶었다”고 전했다.또, 조나단·글레이저 감독은 “피해자가 겪은 고난에 너무나 쉽고 편안하게 이입해서 공감하고 싶지 않았다.가해자의 모습을 통해서 어느 정도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했어”과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했다.분리와 폐쇄성을 강조한 감각적 연출<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컷호즈 가문의 아름다운 저택을 둘러싼 담장 밖에는 유대인을 격리하는 수용소와 학살하는 소각시설이 있다. 높은 장벽으로 인해 이들은 담장 너머의 끔찍한 현실을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지만 완전히 감출 수는 없다. 소각시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하늘을 뒤덮고 담을 넘는다. 또한 페스 가족의 오붓한 일상과 병치되는 총성과 비명, 아기 울음소리 등의 사운드는 이들이 여전히 두려운 현실 속에 살고 있음을 알려준다.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은 “실제로 페스 부부의 삶에 존재했던 구획화와 그들이 곁에 두고 살았던 공포를 강조하려 했다”고 밝혔다.(왼쪽)루돌프·포즈, 헤토우이히·포즈<존·오브·이자>카메라는 종종 움직이는 인물을 고정된 채 붙잡는다.방의 문을 닫아 놓고 유대인이 입고 있던 모피 코트를 살짝 걸치고 거울 앞에선 헤토우이히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거나 어두운 밤의 방마다 돌아다니며 문을 닫고 불을 껄 루돌프를 복도 끝에서 주시하기도 한다.루돌프가 어두운 복도에 서는 이미지는 유대인들이 수용 시설에서 마주 한 듯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조나단·글레이저 감독은 실제 영화가 “나치가 사는 집의 불법적이고 악의적인 감시 장치이기를 바랐다”며 촬영 장소에 여러대의 카메라를 고정으로 설치하고, 따로 마련된 벙커에서 원격 케이블 시스템을 통해서 촬영을 했다는.그 결과”포즈의 집”은 완전히 분리된 공간으로 거듭난다.어둠의 세력에 반대하는 순수한 빛존 오브 인터레스트 포스터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 소녀는 건설 현장 곳곳에 유대인 포로들을 위해 사과를 묻어둔다.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된 장면은 소녀의 행위를 유추하기 어렵게 한다. 소녀의 금지된 행동은 루돌프가 침대 위에서 딸에게 동화책을 읽는 깊은 밤 같은 시간에만 이뤄져야 했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실존 인물인 폴란드 출신 비유대 알렉산드라 비스트로니 코오제치크를 모델로 삼았다. 소녀였던 알렉산드라는 매일 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포로들을 위해 사과와 배 같은 음식을 남겨뒀다. 감독은 그녀의 실화를 언급하며 어둠의 세력에 반대하는 순수한 선함에 매료돼 이를 영화 속에 담으려 했다.<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컷감독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소녀의 모습이 아닌 온기를 담는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소녀의 온기는 형형색색의 페스티벌 부부의 정원보다 더 없이 시적이고 아름답다. 영화 속 유일하게 따뜻한 존재인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우리에게도 선을 행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는 소녀가 사과를 심어두는 장면과, 허수가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두 장면을 교차로 보여주며 부조리한 현실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두 인물의 대조적인 입장을 더욱 부각시킨다.씨네플레이 주아영 기자씨네플레이 주아영 기자